▲ 소를 치는 까라모종 부족의 모습 © 크리스찬투데이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약 300Km 떨어진 캅초라(Kapchorwa) 지역에는 오래 전부터 두 부족이 나뉘어 살고 있다. 동쪽의 엘곤(Elgon)산 해발 2천 미터 지역에 사는 사베이(Sabei) 부족과 평지에 사는 까라모종(Karamojong)부족이다. 사베이는 주로 농경생활을 하는 성품이 온순한 부족으로 10만명 내외고, 까라모종 부족은 90여만 명으로 사베이 부족보다 월등히 인구가 많으며 소를 키우는 유목민족으로 폐쇄적이고 호전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 지역에서 한인 선교사로는 유일하게 14년째 복음의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최정호 선교사는 아프리카 선교는 나라별로 이해하려 하기보단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종족(트라이브, Tribe)을 이해해야 할 수 있다고 한다.
“까라모종 부족들은 전사들입니다. 일 년에 고작 한 달 정도 비가 오기 때문에 농사가 안 됩니다. 그래서 유목생활을 합니다. 이들에게는 자신들만의 신념이 있는데, 세상의 모든 소는 신이 자신의 부족에게만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에게 소는 생존을 위한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수단이자 결혼지참금, 부와 힘, 삶의 희망 그리고 때론 그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은 결혼을 하기 위해 다오리라는 지참금이 필요하다. 까라모종은 다오리로 소 50-100마리를 줘야하는데, 소의 수를 채우기 위해 이웃 부족인 사베이의 소를 빼앗아 왔다. 아주 오래전부터 까라모종 부족에게 괴롭힘을 당해온 사베이 부족에게는 한과 원망이 늘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소만 훔친 것이 아니라. 10년 전까지만 해도 부모형제를 죽이고, 총으로 쏘고, 마을에 불을 질렀습니다. 사베이 부족에게 까라모종 부족은 항상 원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미 복음을 접했던 사베이 부족들은 자신들이 크리스천인데 까라모종을 미워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었지만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최정호 선교사는 이런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던 사베이 부족에게 까라모종 마을로 복음을 전하러 가자는 제안을 한다. 하지만 원수에게 복음을 전해야 하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운가. 각고의 설득 끝에 드디어 2007년 8월 목회자 훈련을 마친 130여 명 중 8명이 자원을 해 까라모종 부족이 사는 곳으로 전도길에 오른다. 당시에 들어간 사람은 있어도 나왔다는 사람은 없다는 ‘죽음 길’이라 불리는 100Km를 가야했다. 이 두 부족 사이에는 군부대 초소 7개를 거쳐야 하는데 초소를 지키는 우간다 정부 군인들도 그 곳에 가면 살아 돌아올 수 없다고 말렸지만 순교를 각오하고 들어가게 된다.
“그날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프란시스 체로트라는 전도자가 서로 말이 안 통했던 두 부족의 통역을 해줬고 그 분이 전도했던 까라모종 청년들의 중재가 없었다면 결코 저희들도 살아있지 못했을 겁니다. 더 놀라운 건 그날 하루에 320명의 까라모종 부족이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에 너무나 배타적이어서 학교도 없던 까라모종 부족에는 현재 학교가 세워지고, 가이쿠 교회가 들어섰습니다. 이 일을 위해 하나님께서 한국 사람들처럼 부지런하고 열정이 있는 사베이 부족을 사용하셨습니다. 정이 많고, 자립정신이 강한 사베이 부족이 신앙적으로 바로 선 것이 이웃 부족에 대한 원망과 한에서 벗어나 그들을 복음으로 영접시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봅니다.”
목회자 한사람이 바로 서야 교회가 바로서고, 지역이 바로 서는 것을 강조하며 우간다 캅초라 현지 목회자 훈련에 힘을 쏟는 최정호 선교사.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는 애써 감추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베이 부족들에게 진정한 복음의 불씨를 지핀 그의 헌신이 있기에 오늘도 우간다 선교의 기적 같은 드라마는 계속 진행될 것이다.
최정호 선교사와 부인 김현수 선교사는 GMS에서 파송받아, 첫 선교지인 우간다에서 2005년부터 지금까지 사역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우간다의 씨피, 비닌, 피수아, 북호와, 나말루 등 5지역의 센타를 중심으로 사역했다. 올해 안식년을 맞아 LA에 방문 중 본사의 요청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2018.1.26